[기고] “개나 소나 다 강화군수 하겠다는데”…출마자 20명 넘을듯

                                                                        ▲ 이두(언론인)
                                                                                         - 전 조선일보 인천취재본부장
                                                                                         - 전 인천일보 일간경기
                                                                                         - 현대일보 편집국장


  강화군수는 때로는 목숨과도 바꿀만큼 참으로 탐나고 매혹적인 자리다. 매년 6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고, 800여명의 공무원과 산하 기관의 인사권을 좌지우지한다. 다른 기관의 견제와 관리 감독을 형식적으로 받으며 자신만의 강력한 의지와 권한으로 행정을 집행한다. 군의회와 지역 언론이 군정을 감시하고 견제하고 비판하면서 균형을 맞춘다고 하지만 군수의 권한을 옥죄일만큼 강력하지 못하다. 오히려 군수가 군정을 펼치는 데 앞장서는 친위대 노릇을 할때도 있다. 실로 강화군수는 ‘강화군의 대통령’이나 다름없다. 섬의 특성인 배타성과 폐쇄성이 더해져 군정의 실상이 제대로 까발려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자신만의 왕국(?)이 가능하며 실제로 그렇게 해오기도 했다. 인천시장은 물론 대통령이 남부럽지 않기도하다. 이같은 강화군수의 자리가 지난 3월부터 비어있다. 전임 군수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지금 20여명이 이 무더위에 강화를 사랑하는 자신만의 뜨거운 마음을 알아달라며 강화군수 자리를 노리고 있다.

  
  강화군수를 새로 뽑는 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0월 16일 치러지고 당선자가 결정된다. 지난 8월 4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돼 출마자들이 강화군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 중이다. 등록 첫날 9명이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등 이번 선거에는 무려 20명이 넘는 후보자들이 난립할 것으로 보인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선거 사무소와 사무소 외벽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상당수 출마자들은 이미 알게모르게 출마 준비를 해왔으며 당선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공식적인 등록과 출마 선언은 물론이고 전직 공무원, 단체 기관장, 언론인들과 수시로 접촉하며 지역 내 인사들에게 지지를 호소 중이다. 조직 강화 및 지지 세력 결집을 비롯해 사무실 개소, 출판회 개최 등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강화를 발전시키겠다는 공약도 조금씩 쏟아지고 있다.


  출마 후보자들이 많다보니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으며 이름과 얼굴 맞추기도 쉽지않다. 이력들은 실로 다양하다. “다시 한번 뽑아주면 진짜 잘할 수 있다”는 전직 강화군수는 물론이고 전직 부군수, 전직 국장, 전직 군수의 아들, 현 시의원과 전 시의원, 장례식장 대표, 강화의 노래를 만들었다는 국회의원 보좌관, 인삼조합장, 교수, 어학원장, 이름도 아리송한 지역단체 활동가 등 그야말로 가지각색이다. 급기야 전직 인천시장까지 강화군수에 출마하겠다고 해 지역 여론 주도층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 나이에 욕심을 더 부리냐. 추하다. 노욕 부리지 말고 은퇴하라”는 부정적인 반응에서부터 “인천시장을 지내고 중앙 무대에서도 크게 활동한 거물이니 강화에 도움이 될 것같다”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전직 군수의 아들 출마를 놓고도 지역내 여론이 뜨겁다. “강화에 적지않은 공과를 남긴 부친의 얼굴을 봐서라도 출마하면 안된다”는 민심과 “아들이 하겠다는 데 말릴 수 있냐”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강화도가 아무래도 보수 텃밭이다 보니 국민의힘 후보자들이 절대 다수를 이룬다.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출마하겠다는 인사까지도 나온다.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이름이 15명 넘게 거론된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의힘은 일단 서류심사를 거쳐 1차 후보를 추려낸 뒤 여론조사와 면접 등을 거쳐 후보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후보에 맞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1~2명만이 이름이 오르내린다.


  후보자들이 난립하는 현실에 강화주민들의 시선은 매우 곱지않다. 출마는 자유라지만 ‘그 나물에 그밥’이라는 날선 반응이다. 호랑이 없는 굴에 하룻강아지들이 자신들이 새로운 맹주가 되어보겠다는 꼴같지않은 형국에 혀를 차기도 한다.


  이번 선거의 정식후보자 등록은 9월 26일~27일 진행된다. 선거 운동은 10월 3일부터 선거 전날인 10월 15일 자정까지 할 수 있다. 사전투표일은 10월 11일과 12일이다. 전임 군수의 잔여 임기만 채우는 보궐선거이기에 당선자는 2026년 6월까지 군수직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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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벽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