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화 주민 울리는 3000번 버스…인천시·강화군은 ‘허당’인가

3000번 버스. 강화에서 출발해 김포를 거쳐 서울 신촌까지 갔다 돌아온다. 강화 주민들이 서울로 직접 갈 수 있는 대중 교통 수단이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노선이다. 강화 주민들의 실질적인 발노릇을 해 고맙기 그지없다. 연간 20만명 넘게 이 버스를 이용한다는 통계도 보인다.


아, 그 3000번 버스가 탈이 났다. 그동안 23대가 운행돼 왔는데 7월부터 8대로 확 줄어들었다. 이제 강화 주민이 3000번 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나가려면 마음을 굳게 다잡아야 한다. 아무 생각없이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나갔다간 눈이 빠지게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강화 주민들의 불편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운행 대수가 크게 줄어든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지난해 5월 법제처는 김포시 소관인 3000번 버스 기점을 다른 지자체인 강화에 두는 것이 위법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라는 일반 국민에게는 아주 낯선 기관이 있다. 여기서 준공영제로 운영 중인 3000번 노선 기점을 경기도에 둬야 한다는 법제처 해석에 따라 지난해부터 인천시, 경기도, 운수업체 등과 협의해 강화에서 출발하는 버스 운행 대수를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협의 결과 기존 3000번 버스 23대 중 새로운 3000번 노선(강화터미널 기점) 버스 8대는 면허권을 인천시로 이관하고 3000-1번 노선(김포시 기점) 버스 15대는 준공영제 노선으로 운행하기로 했다.


참으로 희한한 결정이고 이해못할 법령 해석이다. ‘수도권 30분’ ‘전국 2시간대’의 교통혁명이 눈앞에 펼쳐지는 요즘 세상에 버스 출발 기점을 김포에만 둬야한다는 논리는 대체 무엇인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다. 그것이 강화 주민들의 큰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는 뻔한 사실보다도 중요한 사안이었나. 대책을 마련한 시간조차 주는 건 무리였나. 법제처와 대도시광역교통위의 결정은 그렇다 치고 인천시 교통을 전체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인천시는 지난 1년간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1년전부터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이같이 일이 벌어질지 인천시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수수방관만 했다.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며 면피에 급급이다.


강화군정을 담당하고 있는 강화군청 공무원들의 책임도 적지않다. 주민의 불편이 당장 눈앞에 벌어지는 데 군에서는 1년 넘게 무슨 대책을 세우고 인천시와 얼마나 협의를 했나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군수가 유고라는 사실이 변명거리가 될 수는 없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지자 인천시와 지역 국회의원은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한바탕 쇼를 벌였다. 지난 10일인가 강화터미널에서 주민들을 모아놓고 대책을 마련한다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의 현장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인천시 버스정책과장은 “우선 김포시 구간 정류소를 대폭 줄여 운행 시간을 단축하고 향후 김포 한강로를 이용하는 급행화 노선을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만일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왜 미리 준비하지 못했는 지 또 다시 묻지않을 수 없다. 강화군이 지역구인 배준영 의원은 “인천시가 약속한 급행화 노선 신설과 차량 추가 증차 등을 조속히 이행해 주민 불편을 해소해 달라”고 당부했다. 분노한 강화 주민들은 이같은 립서비스에 혹하지 않는다.


21세기 대한민국 수도권은 이른바 ‘교통혁명’ 시대다. 날로 전철이 연장되거나 확충되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이 신설되고 있다. 멀게만 느껴졌던 대북 접경지인 경기도 연천까지도 전철이 가는 세상이다. 수도권은 어디든지 30분대로 갈 수 있게 만들겠다는 정부의 홍보가 귀에 가득하다. 그런데 강화군은 수도권이 아닌가보다. 그냥 시골 섬이니 알아서 다니라는 뜻인가.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을 세계 10대 도시로 만들겠다고 목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눈과 귀가 혹하는 청사진을 수시로 내놓는다. 만일 청사진대로만 된다면 인천시는 그야말로 진짜 눈이 휘둥그레지는 글로벌 도시가 된다. 1년전부터 강화군이라는 시골(?)에 버스 운행이 줄어들어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사실은 유시장의 청사진에 들어있지 않았다. 아마도 공무원들이 지엽적인 문제라 스스로 판단해 유시장에게 보고하지 않았으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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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벽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