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다시 온다. 강화도가 그 봄을 다시 부른다. 마니산 정상의 시원한 봄바람부터 고려산 진달래, 교동도 화개공원과 대룡시장, 석모도 해안길과 일몰, 해안가의 드넓은 갯벌과 근대 유적, 북녘땅과 마주한 채 강가에 둘러처진 낯선 철책들, 포구와 풍물시장의 비린내까지….

이제 봄바람이 살랑대면 강화도에는 상춘객(常春客)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 강화도에서 봄 관광객들이 들썩일 것을 생각만해도 벌써 봄의 기운과 생동감이 밀려오는 느낌이다. 관광객들은 강화도의 보물들을 보고 만지고 즐기며 다시한번 강화도가 ‘지붕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며, 한반도 역사 그 자체임을 두 눈으로 확인할 것이다. 섬과 바다는 물론이요, 전통과 근대, 현대가 어우러진 강화의 여러 관광지에서 잊지못할 2024년의추억을 만들어 갈 것이다.

눈만 즐거운 게 아니다. 입호강도 빼놓을수 없다. 강화 특산물인 인삼과 새우젓, 순무, 노랑고구마와 밴댕이는 입맛을 사로잡는다. 화문석과 소창 만들기 등 강화만의 체험 프로그램은 관광객들에게 잠시나마 ‘나는 강화인’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강화군에 따르면 지난해 강화도를 찾은 누적 관광객은 1735만명이었다. 올해는 20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화군은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맞아 다양한 맞춤 컨텐츠 개발과 마케팅을 추진한다고 한다.

그럼 2000만 관광 시대를 맞아 강화군과 강화군민은 실제적이며 구체적으로 무얼 준비해야 할까.

가장 먼저 강화군은 관광객들의 안전과 편의에 최대한 신경써야 한다. 특히 관광지에서의 안전은 백번천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 해빙기가 시작됐다. 올겨울은 유난히 일교차가 심했다. 겨우내 얼었던 길과 산, 야외가 녹는다. 녹는 땅을 제대로 관리하거나 보수하지 않으면 생각지 못한 안전사고를 불러올수 있다. 심하게 파인 도로, 경사도가 심한 등산로 일대의 낙석, 등산로 계단이나 데크, 안전펜스 등의 훼손이 우려된다. 강화군이 나름 스케줄대로 안전 점검을 하겠지만 봄날이 열리는 지금 최우선적인 과제로 삼아야 한다. 지난해 개장해 강화의 명물로 떠오른 교동도 화개정원의 경사도는 만만치않다. 특히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모노레일이 깔린 경사도의 안전은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해안가와 산의 둘레길을 비롯해 각종 등산로, 주차 시설 안내 등 안내 표지판 점검도 필수 다. 많은 관광객이 강화도에 오려면 교통정체부터 떠올린다. 도로 확장으로 당장 해결할 순 없지만 곳곳의 주차장과 화장실 등 공중 시설의 점검은 반드시 필요하다.

강화군민들은 어떡해야 할 것인가. 지금까지 잘해왔듯이 ‘친절과 상냥’으로 관광객을 맞이하겠다는 마음다짐이다. 어렵지 않다. 관광지를 안내할 때, 특산물을 사고팔 때 한번 더 웃어주고 한번 더 친절함을 보이면 된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인천의 어느 유명 관광지는 ‘바가지 상혼’의 유령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몇 년전 관광객들에게 불친절하면서도 턱없이 비싼 음식을 팔았다는 뉴스가 전국적으로 알려져 그 곳의이미지는 추락했다. 해당 지자체와 상인회 등이 나서서 여러 차례 이미지 개선을 시도했으나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는 관광이 주된 먹거리인 강화도에겐 반면교사다.

강화군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3만 2000여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내국인에 비해 매우 적은 숫자다. 외국인을 위한 DMZ둘레길과 평화전망대 등 강화도에서만 즐길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강화도는 접경지다. 섬 북쪽에서는 북한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가깝다. 이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외국인 관광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이제 곧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진다. 모두 기지개를 활짝 펴고, 그리고 두팔을 활짝 벌려 강화도를 찾는 관광객들을 맞이하자. 그들에게 강화도만의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정(情)과 인심을 듬뿍 선사해보자. 그러면 2000만, 3000만의 관광객이 다시 강화도를 찾을 것이다.

이두(언론인)

(전 조선일보 인천취재본부장 / 전 인천일보 일간경기 / 현대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