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상 계엄 쇼크… 감정과 분노 조절 실패가 최악 불렀다

                                                                         ▲ 이두(언론인)
                                                                                         - 전 조선일보 인천취재본부장
                                                                                         - 전 인천일보 일간경기
                                                                                         - 현대일보 편집국장


한밤중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는 전 국민을 충격과 불안, 분노 속으로 몰아넣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잠들기 시작할 3일밤 대통령은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아닌 밤에 홍두깨라더니 이 무슨…. 국회에 군인이 난입하고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하기 위해 국회담을 넘는 등 한밤중 비상 상황이 벌어졌다. 비상계엄은 4일 새벽 4시 넘어 해제됐다. 국민들이 밤새 조마조마하며 지켜봐야 했던 ‘비상계엄 6시간’이었다. 영화인지 현실인지 구분조차 되지않았다.


대통령은 대체 왜 이같은 무모한 일을 저질렀을까. 지금같은 대명천지에 비상계엄이 성공한다고 어떻게 오판을 할 수가 있으며 이같은 최악의 카드를 꺼내든 것일까.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면서까지 비상 계엄을 통해 무얼 얻으려 한것일까. 이미 많은 언론들이 계엄 선포 당시와 전후 상황에 대해 보도했으며 지금도 연일 책임 소재와 새로운 상황을 쏟아내고 있다.


당시 상황을 종합해보면 계엄 선포 전에 요건과 내용을 심의하기 위해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총리, 장관들이 참석하는 국무회의가 열렸다.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무엇 때문에 회의가 열리는 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이 회의에서 대통령은 흥분 상태였고 심의를 마칠때까지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고 한 국무위원은 전했다. 한 언론은 “계엄 국무회의때 대통령 얼굴이 이미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저 정도로 격한 상태면 아무도 못막는다라고 생각했다”는 장관의 말을 보도했다. 그럼에도 국무위원들은 비상 계엄이 선포되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경제와 외교에 큰 충격이 오고, 법적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을수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크게 분노한 대통령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비상 계엄이 해제되고 나서도 대통령은 “내가 뭘 잘못했냐”는 식으로 분을 삭이지 못해 주변에서 말도 못꺼냈다고 한다.


비록 짧은 시간의 비상계엄 선포로 대통령의 화는 어느 정도 풀리고 자신이 원하던(?) 바를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최악의 카드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국민은 많은 걸 잃었고 앞으로도 적지않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정치 불안으로 주식 시장이 출렁대고 반도체 업종 회복도 기약할 수 없는 등 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미 많은 외국 여행객들이 한국 여행을 취소하거나 주저하고 있으며 여러 나라 정상들이 한국 방문을 취소해 외교 및 통상 행위가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의 유명 경제지는 5100만 한국인들이 계엄의 경제적 대가를 할부로 치르게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강화도라는 한 지역의 입장에서 봤을 때 대통령이 선택한 최악의 비상 계엄 카드는 강화군정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바로 강화군정을 감정과 분노로 처리하지 말라는 교훈이다. 절대로 그럴리 없겠지만 강화군수를 비롯해 부군수, 국장, 과장, 팀장, 실무자가 개인 감정이나 분노에 휩싸여 업무를 처리하게 되면 그 여파는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공무원도 사람이니 감정이 없을 수 없다. 법과 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요구하는 협박성 민원부터 민원인들의 거친 언사와 하대하는 듯한 말투, 윗선이나 상급기관이 책임지지도 않을 것이면서 목소리만 높여 내리는 부당한 지시를 받다보면 뚜껑이 열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럴 경우라도 감정이나 분노가 뒤범벅된 채 자신만의 판단과 결정으로 업무를 처리해선 안된다. 이때 바로 진정한 협의와 소통이 필요한 것이다.


정치와 행정은 끊임없는 타협의 산물이다. 정치에는 여와 야가 있으며 정부의 행정을 견제하고 비판 감시하는 국회와 언론이 있다. 강화군에는 행정을 집행하는 군청과 공무원이 있으며 군정의 잘잘못을 가리는 군의회와 지역언론, 시민단체들이 있다. 이들이 각자 역할을 하면서 견제와 균형, 건설적인 비판을 주고받는 가운데 군정은 상호 양보와 조정 등으로 타협점을 찾고 집행되는 것이다. 이들 기관들이 강화군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 제대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는 차차 알리도록 하겠다.


이제 현직 대통령은 탄핵이냐 하야냐의 갈림길에 섰다. 출국금지를 당하고 여차하면 구속까지 당할 수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국가적 비극이 아닐수 없다. 역사에서도 수많은 위정자들이 감정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나라를 망국의 길로 몰아넣거나 백성들을 힘들게 했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현실에서 한 국가지도자가 감정과 분노 조절 실패로 남긴 나라의 혼란을 온몸으로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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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벽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