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두(언론인)
- 전 조선일보 인천취재본부장
- 전 인천일보 일간경기
- 현대일보 편집국장
강화도 북쪽 지역 주민들은 거의 매일밤 북한의 대남방송에 시달리고 있다. 낮에는 조용하다 밤에만 틀어대는 북한의 대남방송 내용은 조잡하기 그지없다. 북한의 공산주의 찬양이나, 남한의 체제와 정권을 비방했던 이전과는 다르다. 주민들은 북한이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희한한 동물들의 울음소리나 물건이 끌리거나 음산한 바람소리 등 아주 기분나쁜 소리들을 한밤중에 내보낸다고 했다. 주민들은 한밤중에 이같은 소리를 들으면 매우 오싹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는 북과 맞닿아있는 남측 접경지대 주민들에게 일종의 공포감과 혐오감을 조성하는 게 목적이다.
남북간에 군사적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북녁 땅이 한눈에 보이는 접경지인 강화도와 강화군민들이 또 다시 위험에 빠져들고 있다. 강화군 주민들은 지난 7월부터 계속되는 북한의 소음 방송으로 인해 정상적인 일상 생활이 어려울만큼 심각한 피해를 받아왔다. 최근에는 북한군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참전으로 인해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또 자국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한반도 정세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주민들은 대남 방송 소음과 긴장 고조로 인한 피해 대책 마련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특히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오물 풍선 등 최근 북한의 도발을 유발해 강화군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며 대북 전단 살포의 원천 차단을 건의해왔다. 그럼에도 강화도 내에서의 대북전단 살포 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한 탈북민단체가 강화군 석모도에서 쌀이 담긴 페트병 수백개를 바다에 방류하려다 당국에 의해 제지됐으며, 3일에는 한 신원불명인이 석모대교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조류에 맞춰 쌀을 담은 1.8L짜리 생수병 120여개를 보내려다 적발됐다.
강화 주민들의 불편을 보다못한 강화군이 정부보다 먼저 대책을 마련했다. 강화군은 강화군민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2024년 11월부터 북한의 도발 위험이 큰 접경 지역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41조에 근거해 강화군 전 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했다. 강화군은 위험구역 내 금지 행위로서 대북 전단 살포 관계자의 출입을 통제하고, 대북 전단 등 관련 물품 준비, 운반, 살포 및 사용 등을 금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강화군 관계자는 “대남 확성기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주민들의 피해가 상당하다”며 “위험구역 설정은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박용철 강화군수는 “군민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군민의 안전과 일상 회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박 군수는 10월 당선 직후 해병대 2사단과 강화경찰서를 방문해 피해 대책을 논의하고, 피해 주민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방음창 설치 등 소음 최소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피해 주민들을 위해 찾아가는 정신건강 상담을 실시하고 가축 피해 농가에 대해서는 합동조사반을 투입해 역학조사 실시 및 가축 스트레스 완화제 등을 지원했다. 아울러 관계 기관과 협조해 소음 상쇄를 위한 맞대응 방송과 소음도 정밀 측정 등도 실시했다.
박군수는 지난 4일 취임식에서도 “피해 군민에 대한 지원책 마련을 정부에 적극 건의해 군민의 고통을 해소하겠다”고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강화군의회도 강화군이 발표한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위험구역 설정 행정명령에 대해 “적극 지지하며 환영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화군의회는 국회, 인천시 및 중앙부처에 북한 대남 소음 방송 피해 예방책 마련과 재정 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방송 대책은 강화군만이 나서서 해결되지 않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천시도 중앙정부에 강화도의 피해 상황을 적극 알리고 대책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 강화도는 6.25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채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가지 못하는 실향민들이 여전히 살고 있다. 더 이상 강화군민들이 남북 대치의 직격탄을 맞아서는 안된다. 우선은 당장 강화도를 비롯한 남북 접경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북전단 살포만이라도 반드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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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벽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