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고] 공교육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이 대 형
인천광역시교원단체총연합회장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사교육 시장이 커진 원인은 공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학생 급감으로 서울에서도 폐교가 나오는데, 교육교부금은 넘쳐나고 있다. 학생은 계속 줄어들고 교육재정은 늘어나는데도 기초교육을 학교로 수렴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내국세의 20.79%가 교부금 명목으로 각 교육청에 간다. 2023년 기준 한 해 97조원을 다루는 교육청의 막대한 예산으로 교육복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공교육 시스템 고장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올해 초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결과’,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원으로 2021년(23조 4000억원)에 비해 11%가량 증가했다.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최고치이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으로 급증했다. 2020년(30만2000원), 2021년(36만7000원) 이후 계속 상승하는 추세이다. 사교육 참여율도 78.3%로 역대 가장 높고 초등학생은 85.2%가 사교육을 이용하고 있다.

더욱이 학생 수(528만명)는 4만명이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2조6000억원이 늘었다. 갈수록 학생 수가 줄어드는데 사교육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학부모들의 공교육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사교육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 것은 학교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이 커지는데도 이처럼 사교육에 의존하는 이유는 입시 준비를 학교 교육에만 의존하기에는 미덥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교 선생님들은 수능을 위해서가 아닌, 본인이 출제하는 내신을 위한 수업을 진행한다. 내신과 수능의 경향이 비슷하다면 문제가 없지만, 적지 않은 내신에서 수능에는 나오지도 않을 법한 수준의 지엽적인 내용들 혹은 교육과정 밖의 내용들이 나오기도 한다.

공교육의 강의 내용과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교 선생님들의 수업 내용과 내신 문제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교원 능력의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또한 사교육을 감소시키는 방향의 학습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여건이 좋지 않은 아이들에게 공교육의 학습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열심히 공부한 만큼,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을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자식 세대에게 더 나은 삶을 물려주고 싶었던 부모 세대의 열망은 수많은 개천의 용들을 키워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환경이다. 교육이 더 이상 사다리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노력보다 부모의 경제력과 배경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공정한 경쟁과 평등한 기회가 상식이 되는 사회, 누구나 노력하면 정점까지 오를 수 있는 교육의 사다리를 더 늦기 전에 찾아야 할 것이다. 그걸 할 수 있는 게 바로 공교육의 역할이다. 학생이 학원 등 과외 시장으로 달려가는 요인을 최소화해야 한다. 영어·수학은 물론 예체능까지 모든 학습 활동을 학교와 교실로 수렴해야 한다. 공교육의 복지를 교육 환경을 알맞게 조성하는 데에만 치중하지 말고 사교육비를 경감시키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 공교육의 내실화로 사교육비를 대폭 줄일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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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벽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