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더 이상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소리가 나와선 안된다

                                                                      ▲ 이두(언론인)
                                                                                     - 전 조선일보 인천취재본부장
                                                                                     - 전 인천일보 일간경기
                                                                                     - 현대일보 편집국장

“강화군민들에게 ‘우리 동네 박 군수’소리를 듣는 군정을 펼쳐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박용철 신임 강화군수의 취임 일성이다. 이어 “소통과 통합으로 강화군을 하나로 묶어 지역 발전을 이끌겠습니다”라고도 했다.


지난 10월 16일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박용철 국민의힘 후보는 3만6580표 중 1만8576표(50.97%)를 얻어 강화군수에 당선됐다. 당선 축하를 받는 박 군수의 얼굴에는 승자의 웃음과 자신감, 여유로 가득했다. 그는 취임 첫날 공무원들의 축하를 받으며 보무도 당당하게 강화군청으로 들어섰다. 강화읍 견자산 현충탑 참배와 강화군청 간부진 상견례를 마친 뒤 기자실에 들러, 당선 소감과 앞으로의 강화군이 나아가얄 할 방향을 이야기했다.


박 군수는 "젊을 적부터 군청에 들어가 업무를 보는 게 너무나 힘들다고 느꼈다"면서 “어떤 정책이건 군청 공무원, 주민,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서 만들고 그걸 함께 실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청 문턱을 낮추고,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공직사회 체질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자신부터 먼저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손을 내밀어 ‘우리 동네 박 군수’라는 친근함으로 주민들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박 군수는 가장 먼저 ‘강화군민통합위원회’ 구성을 꼽았다. 강화군은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지역 색깔이 짙어 폐쇄적이기도 하고, 선거 때마다 진영 간 갈등이 심했다면서 그걸 깨는 게 군민통합위원회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는 이웃 간에 갈등이 있더라도 농악대와 함께 놀면서 막걸리도 마시고 하면서 얽힌 걸 풀어내고 했다. 우리 강화 군정도 예전처럼 그렇게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주민 간 화합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강화군은 이번 선거에서도 보수 후보를 당선시켰다.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민심은 전체적으로 큰 변화를 원했다. 무엇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무려 40%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에 3번째 강화군수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한연희 후보가 1만5351표(42.12%)를 획득했다. 이는 보수의 텃밭이라는 강화에서 새로운 바람을 가져오라는 민심의 표출이기도 하다. 그 동안의 강화선거를 보면 보수 진영이 60% 정도, 진보 진영이 30%대 선이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한연희 후보는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1만382표(26.61%)를,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는 1만3438표(35.35%)를 얻었다. 그러나 이번 여야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불과 8%에 불과했다. 그동안 보수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 민심이 변화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록 군민들은 관성대로 보수진영 후보를 선택했지만. 선거 전 강화도 민심은 ‘그 놈이 그놈’이고 ‘그 나물에 그밥’이라는 체념적인 분위기가 적지않았다. 어떤 후보가 강화군수가 된다한들 강화군이 크게 바뀔리 없다는 주민들의 가슴앓이였다.


취임 이후 박군수는 일단 빠른 행보를 보이면서 군민들과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 당선 축하를 하기 위해 얼마전 강화를 찾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에게 강화군 현안과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건의 내용은 ▲북한 소음 방송 주민 피해 보상지원 ▲‘강화남단 경제자유구역지정과 영종~강화 연륙교 건설’ 국가 재정사업 전환 및 국가도로망 계획 반영 ▲강화~계양고속도로 강화 구간 조기 착공 등이다. 한동훈 대표는 “강화군을 포함한 접경 지역의 주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진심을 다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군수는 “이런 굵직한 숙원사업들은 강화군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다. 반드시 중앙부처, 국회, 인천시 등의 도움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중앙당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강화도 출신으로 강화군의원과 인천시의원을 지낸 박군수는 강화도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그는 취임하자마자 주민과 소통, 통합을 외쳤다.


과연 박군수가 주민간에 반목과 질시를 끝내고 새로운 강화를 만들지 자뭇 기대가 크다. 보궐선거로 그의 재임 기간은 비록 1년반 남짓하지만 이 기간에 그의 역량과 군정 방향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특히 중요한 건 무엇보다 더 이상 주민들의 입에서 ‘그나물에 그밥’ 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무조건 능력이나 깜이 안되는 데도 선거판에 도와줬다고 해서 주변을 그들만으로 감쌀 경우 강화군의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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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벽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