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체육 대통령’된 유승민, 강화를 빛내다

                                                                        ▲ 이두(언론인)

                                                                        - 전 조선일보 인천취재본부장
                                                                        - 전 인천일보 일간경기
                                                                        - 현대일보 편집국장



어린 시절을 강화에서 보내고 탁구 선수가 되기 위해 아버지 손에 이끌려 육지로 나갔다. 일찍부터 탁구 신동이란 소리를 들었으며 국가대표가 되었다. 마침내 올림픽에서 탁구 최강 중국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랑스런 강화인상’을 받기도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어 대한민국 체육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탁구협회장도 맡아 한국 탁구 발전을 이끌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연말 체육계를 놀라게 하고 강화의 이름을 다시한번 드높이는 일을 해냈다. 주인공은 바로 올해 43세의 나이에 ‘체육 대통령’이라 불리는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유승민이다.


지난해 연말 치러진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유승민 전탁구협회장은 이기흥 현 체육회장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번 선거는 사실 현체육회장의 조직력과 자금력이 워낙 막강하기에 이른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되기도 했으며 다윗이 골리앗을 무너뜨린 셈이다.


강화군 체육인들은 유승민 체육회장 당선의 기쁨을 강화군민들에게 알리고자 얼마전 강화군 이곳저곳에 축하 현수막을 걸었다. 강화에서 큰 인물이 났음을 알리고 함께 기뻐했다. 많은 사람들이 유승민이 강화 출신임을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됐고 강화를 전국에 널리 알리는 기회도 됐다. 축하 현수막을 내건 주체는 ‘자랑스런 강화인상 수상자 일동’이다. 유 당선인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자랑스런 강화인상을 받은 바 있다. 설 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낸 유승민 당선인은 경인일보에 “강화의 기운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땄으므로 강화는 나에게 상징적인 곳”이라고 밝혔다.


유승민은 1982년 태어났다. 아버지가 탁구를 즐겼으며 인천에서 탁구장을 운영하기도 해 어려서부터 탁구 라켓을 잡았다. 인천 주안초등학교로 진학해 탁구부 입부를 희망했으나 어리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1991년 탁구를 하기 위해 인천도화초등학교로 전학을 갔으며 6학년 때인 1994년 부천의 오정초등학교로 전학해 졸업했다. 1995년 경기 부천 내동중학교로 진학했으며 중학교 3학년 때 최연소 대한민국 탁구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청소년 시절 각종 대회를 휩쓸어 일찌감치 탁구 유망주로 떠올랐다. 초등학교 5,6학년 때 전국대회 10관왕에 올랐고 내동중 3년 때 전국 대회 전관왕에 오르면서 국가 대표가 됐다. 1999년 아시아청소년대회 단식 우승, 2001년 중국오픈 복식에서 우승했다.


그가 선수로서 가장 화려한 빛을 발한 순간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이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중국의 왕하오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때 강화는 온통 잔칫집 분위기였다. 유승민 선수가 결승전을 치르던 날, 강화군 하점면 이강리 유 선수의 집 마당에는 동네 주민 40여 명이 모여 텔레비전을 보면서 감격의 순간을 함께했다고 한다. 이튿날 유 선수 부모가 60여가구 100여 명의 주민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금메달을 걸고 귀국했을 때 역시 동네 주민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으며, 강화군청에서는 유 선수 환영식이 벌어졌다.


2014년 현역 은퇴후 잠시 코치 생활을 했다. 2016년 IOC 선수위원 선거에 나선다.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선수들을 일일이 만나는 등 선거활동을 열심히 해 IOC선수위원으로 선출됐다. 2019년에는 대한탁구협회장으로 선출돼 탁구협회를 이끌기도 했다.


유 당선인은 아직 취임 전이지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현장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하며 함께 했다. 14일에는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을 방문했다. 현황 보고를 받고 훈련장 시설을 둘러봤다. 그는 아울러 국가대표선수촌 훈련 시스템과 관련해 “엘리트 체육 시스템은 위기이며, 더 소외돼 있다.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종목 위주의 선수촌 시스템 폭을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온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오랫동안 묵어있던 체육계를 완전히 환골탈태 시키기를 국민과 체육인은 열망하고 있다. 지난해 파리올림픽서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의 발언과 체육계의 만연된 구태를 하루빨리 청산해 주기를 바란다. 정부와의 호흡도 잘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체육회장은 체육 대통령으로 불리는 자리로 한국 체육을 가장 앞에서 이끄는 자리다. 유승민 체육회장 기는 2월 28일부터 시작한다. 임기는 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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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벽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