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삼한사온(三寒四溫)이 무너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말에 익숙한 50대 이상에서 더욱 그렇다. 삼한사온은 겨울철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으로 추운 날이 3일, 따뜻한 날이 4일씩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이 유명한 날씨 공식은 이름 값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에는 평년 기온을 5도 이상 밑도는 강추위가 2주일 가량 이어졌다.
또 1월 중순에는 때아닌 고온이 나타났고, 설연휴부터는21세기들어서도손에꼽히는 강력 한파가 몰아쳤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지구평균 온도가 올라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기록적인 한파라는 말이 영 낯설다. 그러나 삼한사온은 이미 2000년대 들어서 붕괴되었다고 기상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기후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최근 발간된 ‘2050년 거주불능 지구(데이비드 월드 저)’는 기후재앙을 실증적 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가장 우선적인 위협은 폭염이다. 1980년대 이래 폭염 발생 빈도가 50배 이상 증가했다. 1500년부터 지금까지 유럽에서 여름 기온을 경신한 적이 5차례 있었는데 모두 2002년 이후다. 저자는 “너무 빨리 더워지니 예측 따위가 소용없다”고 말했다.
해수면(바닷물 표면) 높이는 탄소배출량 감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십년 내에 1.2m~2.4m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탄소배출량을 급격히 줄여도 0.6~1.8m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이런 수치를 보고 안심하는 역효과를 걱정한다. 지구 온난화를 강력히 경고해도 고작 몇 m의 해수면 상승이라며 안도하는 것은 제 무덤 파는 꼴이라며 비꼰다. 바닷가에 있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인구 1000만명)는 2050년 쯤이면 도시 전체가 물속에 잠길 거라고 하면 실감날 것이다. 북극의 얼음은 지난 20년 동안 3분의 1로 줄어들었고, 상대적으로 얼음이 두꺼운 남극도 추이가 심상치 않다.
다른 관점에서 2050년을 주목한 사람도 있다.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2050년 문명이 붕괴한다’는 강좌에서 경제사회학적 요인을 거론했다. 국내, 또는 국가간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불평 등이 문명 지속가능성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한다. 단적인 예로 소득차가 너무 심해 남미에서 미국으로,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몰려들어 이미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 난민 행렬을 들었다.
또 다른 붕괴 요인으로 핵전쟁을 거론했다. 핵무기는 공멸을 가져오기에 사용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일반적 견해와는 달리 오판에 의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예로 북한이 핵실험 과정에서 목표를 잘못 정해 미국 인근 해상에 폭탄이 떨어질 경우 미국이 오인해 전면 공격에 나서는 상황을 설정했다. 더 나아가 테러 수단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핵무기 제조법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어서 테러 집단이 이미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까지 핵무기를 이용한 테러가 없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신기하다”는 말까지 했다.
마지막 요인으로는 세계적으로 만연된 기후 위기를 꼽았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2050년 거주불능 지구’ 저자인 데이비드 월드의 생각과 매우 유사하다. 과학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자연재해가 결국 인류에게 궁극적 · 치명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강변한다. 그는 “불평등이나 핵전쟁 문제는 2050년 이전 또는 이후에 야기될 수 있지만, 기후 위기 파국 시점을 예상해 2050년을 거론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위에 열거한 불평등, 핵전쟁, 기후 위기는 인간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명제라고 강조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여러분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면서 “바로 당신(you)” 이라고 말했다. 인류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듯이,변화에 적응하고 멸망 위기를 넘겨 생존과 번영을 이어가려면 각고의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2050년이 되면 나(1937년생)는 죽을 테지만 미래세대는 결론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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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벽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