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극해 스웨이츠 빙붕 아래의 바다를 관측하고, 통가 왕국의 훙가 통가-훙가 하파이 화산폭발 탐사를 완수하는 등 195일간의 남극항해를 마친 아라온호가 귀국한다.
해양수산부는 오는 3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부산항에 입항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항해에서 아라온호는 남극에서도 지구온난화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알려진 서남극해 스웨이츠 빙붕 아래의 바다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빙붕은 남극 대륙 위 빙하와 이어진 채 바다에 떠 있는 수백 미터 두께의 얼음 덩어리로, 빙하가 바다로 빠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서남극해는 남극 밖에서 유입되는 따뜻한 물이 빙붕 아래로 흘러들어 와 빙붕 하부를 녹이면서 붕괴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지역이다. 탐사가 시급한 곳이지만 그간 바다 위 얼음으로 접근이 어려워 탐사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탐사에서는 헬기를 통해 주요 관측지점을 탐사하거나 물범에 관측 장비를 부착하는 방법 등을 활용함으로써 기존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해수부는 설명했다.
아라온호는 또 세계 최대 해양보호구역인 남극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에서 펭귄과 물범을 비롯한 주요 해양 생물들의 생태를 조사했다. 이들은 크릴이나 물고기를 먹는 남극 해양생태계의 상위포식자로, 이번 조사 결과는 해양생태계의 건강성을 평가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지구온난화로 적신호가 켜진 남극 바다의 탄소 저장 능력을 분석하기 위해 서남극해에서 해수도 채집했다. 지구를 순환하는 바닷물은 극지방에서 탄소를 머금고 가라앉는데 극지 바다가 따뜻해지면 이 같은 순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에 서남극해의 해수를 통해 탄소 순환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아라온호는 지난 1월 15일 폭발한 통가 왕국의 훙가 통가-훙가 하파이 화산폭발 현장 탐사를 완수했다.
남극항해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던 아라온호 극지연구소 박숭현 박사 연구팀 ‘K-HEART’는 화산폭발 80일만인 지난달 8일부터 10일간 현장탐사를 수행했다. 대형 조사선과 탐사팀이 통가 화산폭발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우리나라 연구팀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이번 탐사에서 화산 폭발이 일어났던 훙가 화산체의 지형도 확보에 성공했다. 훙가 화산체는 지하의 마그마가 분출하는 통로와 화산분출물로 구성돼 있어 화산체 지형도 확보는 화산폭발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탐사에서 폭발 전 150m였던 훙가 화산체 중앙부의 수심은 820m로 확인됐다. 화산폭발로 여의도의 2.5배 크기·깊이 약 700m의 구멍이 패인 것인데, 820m는 지구의 해저화산 화산체 중앙부 수심으로는 가장 깊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화산 폭발로 붕괴된 지형 가장자리에 수중드론을 보내 일부 생물들의 모습도 확인했다. 이는 화산폭발 이후 나타나는 생태계의 복원력을 보여준다.
한편 부산항에 입항하는 아라온호는 다시 광양항으로 이동해 선박수리와 운항점검 등을 마치고 오는 7월 북극 항해를 위해 다시 출항할 계획이다.
홍종욱 해수부 해양정책관은 “아라온호는 반 년 이상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곳(화산)과 차가운 곳(남극)을 누볐다”며 “아라온호가 가지고 온 탐사 성과들이 대한민국의 과학 역량을 드높이는 결실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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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