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발자취들을 한눈에... 거대한 신앙교과서
책이란 많은 사람에게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인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서점에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글귀가 건물 앞에 커다랗게 써 붙여있다.
책으로 삶이 바뀌는 현상은 필자에게도 나타났다.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정년퇴직하고 강화도에 정착한 나에게 작은 책 한 권이 나타난 것이다. 몇 주 전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고부교회 목사님으로부터 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 강화도 기독교 역사에 관한 책으로 순례자의 안목으로 저술한 ‘경계에 선 사람들’이었다.
필자는 이 책자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화에 기독교가 전래 되면서 성경책 한 권으로 말미암아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첫 번째는 강화 시루미 마을 출신의 어떤 분에 관한 이야기로 그는 인천에서 주막집을 열어 술을 팔며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성경을 통해 “술취하지 말라”는 가르침과 더불어 술장사가 바람직하지 않음을 깨닫고 술장사를 접어버렸다. 이후 복음의 능력을 접한 그는 강화로 돌아와 살면서 자신의 어머니에게 복음을 전하고 강화도 최초의 세례교인이 되게 하였다. 그뿐 아니라 그의 집에서는 강화지역 최초의 신앙공동체가 시작되어 오늘날 강화에 기독교가 전래됐다.
또 다른 한 분은 성경에 있는 이야기를 삶에 적용하여 강화도를 변화시켰다. 성경 마태복음 18장에는 주인에게 일만 달란트(1달란트=20~40kg의 금)를 탕감받은 자가 감옥에서 풀려나온 후 자신에게 백 데나리온(1 데나리온=4g 은화) 빚진 자를 잡아 감옥에 가두고 빚을 독촉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 사실을 들은 주인은 베풀어준 은혜를 모르고 약한 자를 괴롭힌 종을 다시금 잡아다 감옥에 가두었다. 강화도 한 마을의 큰 부자에게도 복음은 전달되었다. 그가 신앙을 갖고 성경을 읽기 시작하면서 악한 종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는 예배를 마치고 자신에게 빚진 자들을 다 불러 모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성경 말씀을 설명한 후 모든 빚 문서를 불살라 버린 후 탕감해 주었다. 큰 부자의 성경적인 삶은 강화도에서의 복음전파와 일반인들의 삶에 변화를 이끌었다고 한다.
강화의 기독교는 교회 설립뿐 아니라 구한말 민족의 위기 상황에서 민족의 독립역량을 키우고 민족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학교설립에도 앞장섰다. 이렇게 배출된 학생들은 강화읍 장터에서 2만여 명의 군중과 함께 3.1 만세운동을 이끌었다.
이렇듯 강화의 기독교 역사는 감동적인 것을 뛰어넘어 세상을 변화시킨 엄청난 사건들이 숨겨져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놀라운 강화도의 신앙역사가 이방인들에게 생소하다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필자 역시 지난 60년간 크리스천으로 살아오고 신학대학을 나와 교회공동체에서 살아왔음에도 잘 모르던 것들이었다.
강화도 기독교인들의 신앙역사는 나 역시 변화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과 소명을 일깨워 주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대사회는 교회공동체가 기독교 신앙을 지키며 살아가기에 더욱더 힘들어지고 있다. 온갖 방송매체와 인터넷이 자본주의와 물질문명의 그릇된 가치관을 쏟아붓고 있으며 이는 한여름 장마철에 홍수처럼 우리의 삶을 휩쓸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강화기독교의 살아 숨 쉬는 신앙의 발자취는 오염된 세상의 가치관을 충분히 정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기독교 역사의 특징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역사는 단순히 기록으로만 남지 않는다. 기독교 역사는 성령 하나님이 계속 적으로 일하시는 살아있는 역사로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오늘날도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 가고 계시기 때문이다. 이렇듯 하나님의 일 하심은 계속되는 가운데 놀라운 이정표가 또 하나 만들어졌다. 다름 아닌 지난달 강화도에 문을 연 ‘강화기독교역사기념관’이다.
강화에 있는 교회지도자들과 성도들이 함께 기도하며 꿈꾸던 ‘강화기독교역사 기념관’은 새로운 교회부흥을 위해 기도하던 것에 대한 열매로써 흩어져 있는 신앙의 발자취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편집해 놓은 거대한 신앙교과서이다.
기념관에는 교산교회, 니콜라회당으로 시작된 강화 기독교의 전파 과정, 초기 선교사와 강화 기독교인의 삶, 기독교 정신이 만든 만인이 평등한 교육·문화·의료체계 구축, 강화 기독교인의 3.1운동 및 항일운동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또한 성재 이동휘(강화중앙교회), 송암 박두성(교동교회), 유봉진(길직교회) 등 기독교 인물들을 통해 강화 기독교의 근대사적 가치와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느낄 수 있다.
필자는 강화기독교의 역사적 사건들이 가져다주는 감동과 교훈들이 다시금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삶에서 재현되는 일들이 ‘강화기독교역사기념관’을 통해서 역동적으로 펼쳐지리라 믿는다.
그 일을 위해서라면 미력이나마 동참하고 싶은 것 또한 필자의 작은 소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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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벽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