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군(군수 박용철)이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인한 주민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국방부에 즉각적인 대북방송 중단을 강력히 요청했다.
박용철 군수는 지난 8일 국회에서 국방부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대북방송 중단촉구 건의서와 주민 탄원 서명부를 전달했다. 이번 간담회는 박용철 군수의 요청으로 배준영 국회의원이 주선해 이뤄졌다. 이날 박용철 군수는 강화군의 현 상황과 주민 고통을 조목조목 국방부에 전달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확성기를 추가 설치하고 성능까지 개선한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방송 방향을 민가 쪽으로 돌리는 등 피해 지역을 더욱 넓혔다.
인천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이 4차에 걸쳐 실시한 소음측정 결과에서도 그 심각성이 드러난다. 지난해 1~2차 측정에서는 송해면 지역만 기준치가 넘었으나, 올해는 교동면, 양사면, 송해면, 강화읍도 법정 소음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는 단순한 소음을 넘어 일상의 전반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2만 2천 명의 주민들이 수면장애, 두통,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으며, 가축 유산, 산란율 저하 및 농업 생산성 감소뿐만 아니라 방문객이 급감해 숙박업 등 관광업 기반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 거래도 사실상 마비돼 재산권 행사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강화군은 ▲위험구역 설정 및 대북전단 살포 행위금지 행정명령 ▲소음피해 심각지역 방음시설 설치 지원사업 ▲대남방송 소음측정(소음지도작성) 및 컨설팅 용역 ▲주민 심리지원사업 등을 펼치며 주민의 일상을 보호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300세대에 달하는 주민들이 지난 2월 ‘정부의 대북방송 중단과 피해지원’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강화군에 제출했고, 박용철 군수는 주민의 뜻을 모은 건의문과 함께 주민 탄원서를 이번에 국방부에 공식 전달했다.
박용철 군수는 “강화군민들은 수십 년간 안보 최전선에서 강한 애국심과 국가안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묵묵히 견뎌 왔다”며 “하지만 북한의 대남방송으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고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안보를 위한 희생은 특정 지역에만 전가되어서는 안 되며, 이제는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로 주민들의 마지막 호소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철 군수는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강화군민의 소음피해에 대한 보상과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특별 대책이 정부에서 마련될 때까지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대북방송 중단촉구 건의문 1953년 휴전협정 이후, 강화군 주민들은 국가안보라는 대의명분 아래 수도권정비계획법, 문화재보호법, 군사시설보호법 등 각종 규제 속에서 기본적인 재산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 아울러, 수십 년 간 지속된 군사적 긴장과 예측 불가능한 북한의 도발 위협 속에서도 강화군민들은 애국심과 국가안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묵묵히 견뎌왔습니다. 그러나, 2024년 7월부터 지속되고 있는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인해 주민들은 이제 기본적인 수면권조차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농업 생산성이 저하되고, 학생들의 학업에도 큰 장 애가 되고 있으며, 일상생활의 피로 누적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피해지역 내에서는 가축 유사산 및 산란율 감소, 펜션, 글램핑 등 관광산업 기반붕괴, 부동산 거래절벽으로 인한 재산 권 침해 등으로 주민들의 생계 자체가 위협받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국가 정책으로 인해 특정 지역민들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적 희생이며, 더 이상 방관만 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주민들의 인내는 이미 한계에 도달하였으며, 정부는 원론적 대응이 아닌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대책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국방부에 간곡히 건의합니다. 대북방송 송출을 즉각 중단해 주민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해 주십시오. 국가 안보를 위한 희생은 모두가 함께 나눌 때에야 비로소 정의 로울 수 있습니다. 강화군 주민들이 겪는 현실적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2025년 4월 8일 강 화 군 수 박 용 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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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벽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