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호모 사피엔스

▲ 김학준
전) 서울신문 기자


 인류(인간)이 언제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고찰하는 것은 매우 중용하고 흥미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먹고 즐기고, 타인과 경쟁하는데 바뻐서, 인류사가 너무 복잡하고 고루하다는 이유로 진지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다.

또한 고고학자와 인류학자 등이나 탐구해야 할 사안으로 치부하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인류의 기원에 대해 누군가 묻는다면 대충이라도 답변해줄 지식을 갖춘 사람이 거의 없다. 하지만 험준하고 곡절이 많았던 인류의 과거를 안다는 것은 현재의 소중함에 고마움을 느끼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한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전세계에 살고 있는 80억명의 인간은 한 명의 예외도 없이 ‘호모 사피언스’로 불리는 현생 인류다. 그러나 과거 지구에는 현생 인류 말고도 적어도 24종의 인류가 있었다. 학계에서는 그들을 ‘원시 인류’라 부른다. 원시 인류는 살을 찌르는 추위에서 살아남았고 혹독한 기아, 맹수의 공격도 견뎌냈다. 그럼에도 결국은 모두 멸종했고, 우리 호모 사피엔스만 남았다,

원시 인류가 처음 등장한 것은 300만년 전후다. 최초의 인류는 ‘오르트랄 로피테쿠스’라고 불리는데, 주변에서 자라는 식물과 동물이 먹다 남긴 찌꺼기를 먹으면서 작은 무리를 이뤄 생활했다. 들짐승 사냥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무기가 없어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바다에서 조개를 줍거나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도 이 시대의 중요한 경제활동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먹을거리를 구할 때 맨손보다 돌을 날카롭게 다듬어 이사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류가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도구는 인류의 생활을 확 바꾸어 놓았다. 점점 복잡한 도구를 만들고 이용하면서 손재주가 좋아지고 두뇌도 발달했다. 그 덕분에 인류는 다른 동물과 달리 언어를 사용하게 됐다. 24종에 달하는 원시 인류는 대개 빙하기(5번에 거쳐 발생)를 견디지 못하고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시 인류 중에서 가장 나중에 멸종한 것은 호모 에렉투스와 네안데르탈인이다. 호모 에렉투스의 키는 1.4~1.8m 정도로 그 이전 종인 호모 하빌리스보다 커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와 비슷한 크기였다. 초기 10만년은 아프리카에서 살았으나 180만년 전에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럽과 아시아로 퍼져 나갔다. 마침 아프리카 대륙과 유라시아 사이에 있는 바다(홍해) 해수면이 낮아져 있어 걸어서 갈 수 있었던 것도 에렉투스가 아프리카를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불을 처음으로 사용한 인류로, 10만년 전에 멸종했다.

독일의 네안데르탈 계곡의 동굴에서 발견된 원시 인류를 네안데르탈인이라고 한다. 30만년 전부터 유럽과 그 부근에서 살았으며, 2만8000년 전에 멸종했다. 네안데르탈인은 키가 작고 힘이 세었다. 노천에 주거지를 정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기본적으로는 동굴에서 살았다. 시체를 매장했으며 병에 걸린 동료를 오랫동안 보살펴주었다.

이들은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 조상과 유전자가 유사한 흔적이 있으나,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을 한 결과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원인에 대해 빙하기 적응 실패, 호모 사피엔스와의 경쟁에서 패배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논쟁 중이다.

드디어 지금의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는데, 기원지는 역시 아프리카다. 20만년 전에 등장한 사피엔스는 원시 인류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다른 어떤 생명체도 누리지 못한 거대한 운동장을 갖게 되면서 체계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농업을 시작했으며 산업·과학혁명을 일으켰다. 원시 인류들은 자신들의 후손이 달 위를 걷고 원자를 쪼개고 유전자 코드를 해독하며, 인공지능을 개발하리라고는 꿈조차 꾸지 못했을 것이다. 원시 인류와는 ‘두뇌’가 갖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대가는 심각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과는 달리 고대, 중세, 근대를 거치면서 온갖 악행과 불의, 비정상을 일삼았다. 뿌리가 동일함에도 인종과 종교,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핍박하는 것으로 모자라 대학살과 테러를 거침없이 저지르는 것이 오늘의 인간이다. 특히 ‘우리가 믿는 신만이 진짜’라는 유일신 사상은 다른 종교에 대한 배타성을 넘어 박멸을 시도했다. 현생 인류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문화를 이룩했지만 이것이 가장 좋은 문화라는 근거는 없다. 또 과학을 지니고 있는 자는 지배자가 되고, 과학에 무지한 자들은 피지배자가 되는 무자비한 공식을 만든 것도 호모 사피엔스다.

원시 인류는 생존을 위해 먹이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정도였다는 점을 상기하면 살벌하기 그지없다. 추위와 굶주림을 면하는 것이 유일한 과제였던 원시 인류와는 달리 물질적 풍요와 행복을 누리는 것이 힘에 겨워서일까. 현재는 서로 핵무기를 이고 다니면서 인류 공멸을 일으킬 수 있는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용맹까지 과시한다. 역사를 끝낼 능력까지 가진 사람들의 정신분열증이다. 원시 인류가 이를 본다면 “그럴라고 진화한 것이냐”라고 비웃을 것이다.

기술과 문명이 반드시 행복을 주고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설사 인류가 행복하다 하더라도 인간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맞을 것인가. 많은 동물들이 실험용 또는 보신용으로 죽임을 당했다. 그 잔인성은 지구라는 행성의 그 어디에도 전대미문이다, 또 자연 파괴는 얼마나 심각한가. 코로나와 지구 온난화가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아직도 모른다면 이 땅에 살고 있는 이유를 의심해봐야 한다. 책임감은 별로 없이 안락과 편리함을 추구하지만 결국은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 이게 수많은 인류 종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호모 사피엔스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은 새로운 힘을 얻는 데는 극단적으로 유능하지만 이같은 힘을 더 큰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미숙하다”면서 “우리가 전보다 훨씬 큰 행복을 가졌지만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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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벽하 기자 다른기사보기